1. 회고를 시작하며
지난 5개월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어쩌다보니 회사에 취업하고나서 어쩌나보니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솔직히 말해서 시간의 빠름은 지난번 회사에서의 그것보다도 빠르게 느껴진다. 집에서 나와서 회사에 도착하고 사수님과 팀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일을 하고...그렇게 하루가, 당연하다는 듯 흘러가는 어쩔수 없는 하루가 정말 매일 반복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나' 에 대해서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에 대해서 고민에 빠지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나의 몇 안되는 장점이자 자랑거리 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대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왔지만 특히 요즘에는 나도 모르게 멈춰서 무엇도 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때가 있다. 오늘은 나의 새로운 도전과 더불어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적어볼 생각이다.
2. 동료의 고민과 퇴사
지난 1년간 내가 있던 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입사했을 당시 나의 팀에는 팀장님과 책임님, 전임님 그리고 나밖에 없는 4인 팀이었다. 모두 남자분들이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남자들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물론 다른 팀에는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동료분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남자분들은 다들 흡연가분들이었고, 담배도 안피고 술도 안마시는 나로서는 사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였을까? 가능한 같이 스터디도 하고 개발에 관한 이야기도 편히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작년 이 때쯤 한명의 동료가 우리 팀으로 오게 되었다. 나와 동갑이고, 성별도 같은 남자 동료분이었다. 사실 첫 인상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나와는 정말 정반대 성향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속으로 '와 쟤랑은 도저히 친해지지 못하겠네' 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같이 일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정말 잘못 생각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회사에서 '스터디'를 만들어서 함께 공부하면서 '역시 사람은 첫 인상으로 파악해서는 안되는구나' 라는 반성했으니까 말이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작년 한 해 동안 집에오면서 강의도 듣고, 개인플젝도 돌리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이 누가 묻더라고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부끄럼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나름대로' 라는 말을 덧붙이는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공부하고 싶은 것만하는 반쪽짜리 '열심히'라는 느낌은 지우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친구는 정말 달랐다. 내가 반쪽짜리 '열심히'라는 느낌이라면 이 친구는 누구보다 열정을 갖고 악착같이 하고 있었다. 회사에 아침 8시 30분까지와서 알고리즘을 풀고, 출퇴근하면서 강의를 듣고, 집에서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하고 하면서 누가봐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자신의 꿈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설마 매일매일 정말 하겠어?' 했는데 매주매주 본인의 블로그에 한 주 회고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대단하다는, 존경심마저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작년부터 프로젝트 일지라고 해서 조금씩 쓰게 된 바탕에는 이런 모습을 보며 나도 해봐야겠다라는 이유도 있었다.
나를 좋을 동료로 혹은 친구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는 정말 좋은 동료이자 친구였다. 말 주변도 없고, 재미라고는 저 멀리 떠나가버린 나에게 회사에 대한, 개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주었으니 말이다. 특히 개발에 관해서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단순한 '구현'을 넘어서 어떻게하면 더 좋은 코드를 만들 수 있을까? 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주었다. 단순히 개념적으로만 알고있었던 여러 패턴들에 대해서 '이렇게 짜는 거에요' 하면서 잔소리겸 도움을 줄 때마다 입으로는 차마 고맙다고는 못 했었지만 '이게 진짜 개발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때도 많았다.
그렇게 고마움도 많고 미안함도 많았던 동기가 지난 5월 불현듯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이유는 사실 확실했다. 그 친구의 상황은 누가봐도 그럴만하다 라고 인정할만 했고, 무엇보다 옆에서 오랜기간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눠온 나로서도 '남아서 계속 같이 일하자' 라는 이야기 대신 '차라리 나가서 다른 회사에서 다시 시작해봐' 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랜시간, 정말 오랜시간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기에 퇴사를 결심했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잘 생각했어' 라는 말도 '이 추운 겨울에 나가다니...' 라며 욕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같은 상황을 사는 입장이었다면 내가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아무말도 없이 그저 응원하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는 더욱 오래 함께 같이 일하면서 배우고 닮아가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에 '한번 만 더 생각해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차마 잡지 못했던 것은 다른 곳에서 더욱 성장하기를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것들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서 6월이 시작되었을 때까지도, 정확히는 마지막 회식 마치고 그 친구의 집에가서 다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까지도 '다음주면 다시 출근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6월이 중순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있고 그 친구는 다시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3. 개발자의 자격과 나에게 개발자란
흔히 이야기하는 국비지원 비전공 개발자로 약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회사를 다니며 개발 일을 접하면서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들 중 하나가 개발자로서의 '자격' 과 나에게 '개발자란' 이라는 물음에 대한 것들이다. 특히나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들 중 하나는 과연 '나에게 개발자를 계속할 자격이 있는가?' 이다.
나는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교 생활을 하거나 흔히 이야기를 하는 랩실에서 연구를 하거나 하며 개발자가 된 '성골 개발자'가 아닌 비전공에 국비수업을 통해 겨우겨우 개발자 끝에 걸쳐버린 그냥 '골' 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성골이 아니기에 밖을 겉도는 나이기에 그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난 시간동안 나름대로 이것저것 만들고, 공부하고 도전해보며 나만의 탑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물론 cs 지식이나 알고리즘, 디자인 패턴같은 이론적인 지식적인 부분들은 너무나 허술하고 부족하지만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라고 이야기할만한 경험과 시간을 쌓을 수 있었다.
다만 이런 모든 시간들이 경험들이 실제로 내가 개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그저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의 일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혼자서 기획하고, 구성하고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에서 매번 항상 배우고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 정말로 성장을 하고 있는가?'라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 이런 의문은 일을 하면 할 수록 더욱 와닿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많은 일과 어려운 기능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리고 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내가 무엇인가를 개발해서 회사 서비스에 반영을 할때면 이전에 느꼈던 내가 개발한 것들이 들어간다는 미묘한 기쁨보다는 '또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 만들어서 버그가 생기고 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무서움이 앞선다. 더욱 어려운 기능이기에, 더욱 중요한 기능이기에 나의 나름대로 열심히 테스트도 하고 검수도 하고 반영하는 코드임에도 버그가 생기고, 장애가 나고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나에게 개발자라고 이야기할 자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 직장에서 이 맘때쯤 했던 고민이 '이 일을 계속해나갔을 때 내가 어떤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과연 나에게 개발자가 정말 맞는걸까?' 라는 고민이 든다. 일의 허들은 점점 높아져만가고, 점점 야근과 피로는 늘어가고, 발전없이 멈춰있는 듯한 모양새에 그 외적으로 노력한다는 것들이 전부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보여주기 위한' 그저 그런것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이것도 일종의 번아웃 때문에 그런것일까? 아니면 다시 한번 업종을 변경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일까? 최근에는 개발자로서의 기쁨과 즐거움 같은 것들보다 그저, 고민이 앞선다.
4. 새로운 도전! 새로운 프로젝트 - ChatForYou.io
번아웃인지 아닌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사항인지 아닌지 사실 나에게 있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늘 그렇듯 내가 고민의 숲을 방황한다고한들 야속하게도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가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바로 이전부터 계~속 계획해왔던 그리고 블로그에 몇번이나 하고 싶다 할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던 화상채팅 팀프로젝트이다!! 사이드 플젝 팀 공고는 지난 5월부터 프론트엔드분과 디자이너분을 모시기 위해서 계속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이야기해왔다. 그러다가 정말 다행스럽게도 너무나 멋지고 좋은 프엔분과 디자이너 분을 모실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_ _)
프론트엔드분은 심지어 경력도 있는 정말 초-고급 개발자분이셨다. 솔직히 나는 나같은 1~2년차 초급개발자나 취준생분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멋진 분이 올줄은 꿈에도 상상도 못했다. 첫 만남부터 너무나 좋았는데 화상 채팅 플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모두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단순히 기획만하고 생각만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정리도 착착 진행해주셨고, 말 그대로 개똥같이 설명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시는...ㅋㅋㅋㅋ덕분에 정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상담하면서 플젝을 진행중에 있다.
디자이너분은 다행히도? 나와 비슷한 연차를 가진 취준생 분이셨다. 근데 취업 포폴을 잠깐 보게 되었는데 '왜 이런곳에 이렇게 귀한 분이...'라고 싶을 정도로 잘하는 분이셨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나의 웹사이트를 안보여드린게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이렇게 진행되는 새로운 플젝 진행상황에 대해서 앞으로 주로 포스팅을 올리려고 한다. 이번에는 팀프로젝트로 진행하는 만큼 좀 더 다양한 기능과 이쁜 모습과 더 많은 버그와 수정사항으로... 무장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ㅋㅋ
5.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이전에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나는 사실 데미안에 대한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말 거의 없다. 다만 언젠가부터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라는 말이 머리속에 박혀 사라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했던 것처럼 먼 과거의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나에게 있어 이 말은 정말 멋지고 무서운 말이었다. 만약 세계로 나오기 위해 투쟁하는 새가 만약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새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를 깨고 나오는 것에 포기하고 현재의 세상에서 만족하며 살아야할까 아니면 몇번이고 다시 발버둥치고 도전해서 살아가야할까?
작가를 지나서, 사회복지사를 지나서 네트워크 보안자를 지나서 개발자까지, 결코 순탄하지는 않은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길을 지날때마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해왔고, 그 투쟁의 끝에서 그래도 서로 다른 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나에게 있어서 알을 깨고 세계로 나오기 위한 투쟁은 나만의 발버둥이 아닌 내 후회와 속죄이자 내가 맹세한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데미안이 었던 사람이 사라진 이후 그저 알과 마주하고, 세계를 깨고 나오기 위해 반복했었다. 다만 아쉽게도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마지막처럼 제대로된 조언다운 조언조차 얻지 못한 채 그저 이전과 동일하게 살고, 살아가며 '내면의 이야기'이 아닌 '너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겠지.
그럼에도 투쟁을 포기하지 못한다. 아니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기 때문에는 아니다. 무엇인가를 위해서는 더욱 아니다. 마주하고 살아가고 투쟁하는 것 그렇게 끝없이 끝까지 발버둥치는 것. 그것이 나의 후회이고 속죄이기 때문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삶을 살아가는 나는 매 순간 매번 세계를 마주해야할 것이다. 언젠가는 포기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멈춰서는 순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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