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고를 시작하며
최근에 회사에서 서비스의 반영으로 인해 오래 남아있었던 날이 있었다. 반영 테스트를 하고, 일을 마무리하면서 회사를 나오니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여느날처럼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이상하게도 유독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30분이 넘게 기다리고 있노라니 이렇게 기다리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걷자' 라는 마음으로 7호선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에 오랜만에 걸음을 걸어서 그런가 문득 옛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만해도 강제 아닌 강제 야자가 남아있었던 때였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모두가 때때로 탈출하고는 했지만 결국 한번쯤은 다들 야자에 참여하곤 했다. 1학년때는 이렇게 야자만 했었지만 2학년부터는 야자가 끝난 뒤에도 독서실을 끊어서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쉬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옆에 항상 함께하던 친구가 있었다.
늘 걷던 길을, 조용하게 걷고있으면 마치 이전과는 다른 곳을 걷고있는 것 같은 묘한 고양감이 들어
그 친구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새벽을 걷곤 했다. 단순히 걷기만 한건 아니었다. 일부러 잘 다니지 않는 길까지 해서 구석구석으로 가능한 오래 걸었다. 심지어 날이 좋을 때는 작은 공원에서 음료수를 부딪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다.
함께 걷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웠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도 없는 어둠을 걷고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혹은 잘 걷고 있는게 맞는지 너무나 두려웠다. 또 누군가 와서 나를 잡아가지 않을까, 해코지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참 웃긴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늘 그렇듯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나는 너가 단순히 새벽에 걸어서 무서워하는 거라고 생각 안 해.
너는 어디를 걷고 있는지 몰라서 무서워 하는게 아닐까?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는 배라면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걷는게 무섭다면, 한번씩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비록 나침반이 없어도 자신이 가는 방향을 알아보는거지. 어둡던 밝던, 조용하던 시끄럽던 상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너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라고 생각해. 그래,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차의 열기도, 사람들의 지나침도, 나뭇잎의 속삭임조차 사라진, 그저 달빛만이 조용히 내려오는 밤에 그 친구와 정자 끝머리에 걸쳐 앉아 들었던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라는 말은 내 두려움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 그때부터 그 녀석처럼 새벽밤을 걷는 이상한 취미를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제는 옆에 없는 나의 바보같은 조언자 대신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리고 그날 역시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은은한 푸른 달빛과 두려움을 걸쳤던 정자와 고민을 넘겼던 음료수를 기억하며 물었다. 오늘은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을 적어볼까 한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꿈을 꾸고 있어?
2. 그래서 올해 계획되었던 것들은?

올해는 사실 계획했던 것들 중 많은 것들을 놓쳤다. 사실 회고록에는 뭐라고 작성하더라도 핑계이니 '계획했던 것들 중 반도 못했다' 라는 부끄러운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 특히나 매번 해보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SQLD 와 NextJS 공부하기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듯하다. 그리고 기타 배우기는 일단 '기타' 부터 사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년에는 일단 기타부터 사고 나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기타부터 사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뭐라도 하지 않을까?
올해는 계획했던 것들을 놓치기만 하지는 않았다. 알게모르게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chatforyou 와 chatforyou.io 프로젝트 모두 gitAction 을 통해 관리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개발 - 배포 - 테스트까지의 과정이 엄청나게 단축될 수 있었다. 동시에 chatforyou 를 성공적으로 리팩터링 할 수 있었다. 기존의 chatforyou 프로젝트는 오직 나를 위한 개인 프로젝트의 느낌이 강했다. 즉 내가 아니면 손대기가 힘들고, 컨피그 내용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것들을 팀 프로젝트로 움직이기 위해 전반적으로 리팩터링을 진행했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electron 을 사용한 데스크톱 앱 개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부분도 이전부터 정말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웹 개발자이기 때문에 웹으로 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는데 디스코드나 스카이프를 자주 사용하던 친구들이 항상 불편함을 호소했었다. 결국 친구들의 요청에 못 이겨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제일 쉬운 방법은 데스크톱 앱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쉽게 만들 수 있지? 라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렇게 electron 과 만나게 되었고, 웹과 앱 모두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최근도 친구들과 데스크톱 앱으로 열심히 채팅을 즐기고 있다.
올해 가장 큰 소득은 아무래도 chatforyou 분산 서버 처리 일 것이다. 이전부터 정말 해보고 싶은 것중 하나였고, 항상 어떻게하면 나만의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을까고 고민했었는데 내 나름대로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솔직히 시작하고 나서 몇주간은 코드를 한줄도 못치고, 오직 고민하고 검색하고 설계하기만 했다.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잘못된 방향이면 어쩌지?' 이렇게 몇주를 보냈었다. 코딩의 신이 강림했던 걸까 결코 하지 못할 것 같던 문제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내 나름대로 분산 서버 처리를 성공적으로 개발 할 수 있었다. k8s 의 sessionAffinity 와 kafka 와의 조합이라니 지금와서도 어떻게 생각해냈던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게 '정석으로 옳게 개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생각해낸 방식은 정말 나의 상황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방법으로 만든 것 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비록 정석은 아닐지라도 내 나름대로 고민하고, 배우고 결과를 만들어냈으니 이번에는 그걸로 만족하려한다.
3. 그래서 내년의 목표는?

이번에도 잊지 않고 거창한 목표를 몇개나 잡아두었다.
SQLD 와 기타배우기, NextJS 공부하기의 경우 거의 3년째 개근하는 친구들이다. 아마 계속 개근해서 개근상을 받지는 않도록 이번에야 말로 열심히 노력해볼까 한다. 최소한 하나는...!! 하나만큼은 어떻게든 해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다른것보다도 특히 프로젝트에 집중해볼까 한다. SQLD, NextJS 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팀 프로젝트가 된 이상 비중을 높이는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chatforyou 기능 개발건이다. 기존에는 혼자라서 못 했던 것들을 이제는 3명이서 분담해서 개발하기에 훨씬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에는 6개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9개가 넘는 세부 기능들이 있다. 아직은 '목표' 기능이고, 확실한 기획으로 정해진게 없기 때문에 지금은 세부 사항을 밝히지는 않겠다. 같은 팀원들을 어떻게든 다독여서(괴롭혀서) 최대한 많은 기능을 개발하며, 재미있게 성장하는 것이 chatforyou 기능 개발의 최대 목표이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비슷한 이야기인데 프로젝트의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섭외 하는 것이다. 내 인맥으로는 너무나 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열심히 섭외하거나 혹은 AI 디자이너 / 기획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우선 고려사항은 섭외하는게 아닌 AI 를 이용해서 피그마 디자인을 하거나 내가 기획하고 AI 를 사용해 기획을 좀 더 구체화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피그마와 같은 경우 MCP 를 지원하기 때문에 조금만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아닌 바램을 갖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9개의 기능 중 하나인 녹화 기능은 지금도 열심히 개발되는 중이다. 녹화 자체는 이미 완성되었지만 녹화의 부가적인 기능, 즉 녹화 파일 다운로드, 권한 체크, 녹화 시 자막기능 제어 등의 부분에서 막히고 있어서 이걸 마무리하고 있다. 단순히 생각해도 1~2 주만에 될 것 같지는 않고, 좀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4. 2025년을 돌아보며 : 그래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의 목표는 올해 ...
아마 오늘의 이 글의 마무리는 이렇게 시작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글을 끝내는게 조금 무서웠다. 내가 처음에 했던 질문인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라는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대답이 옳은 대답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지금껏 작성한 내용이 저 질문에 대한 옳은 답변이 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에게서 지금의 나에게 매번 던져지는 질문이기에, 그 과거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내가 너에게하는 질문이기에 더욱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매번 느끼지만 참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되돌아보면 벌써 개발자로서 3년이 지났다. 생각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무엇인가를 배우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고, 그것을 내 것으로 습득하기에는 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배운 것이 없지는 않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알아가고, 고민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던 3년이었다. 그렇게 1년씩 3번이나 지나오면서 내가 배운게 무엇인지, 부족한게 어떤 것인지,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건 무엇인지 글로 명확하게 써내려갈 수 있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러나 3년의 경험을 쌓았음에도 저 질문에 명확한 정답을 낼 수 없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저 문장은 이제 나에게는 단순히 문장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기에, 어떤 답변 앞에서도 우리는 또 다시 고민할 것이고, 되물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답을 이야기할 수는 없더라도, 한 가지만은 확신 할 수 있다. 우리는 늘 그렇듯, 걷는 것을 계속할 것이다. 어렸던 그날, 고요한 새벽보다 더 고요하게 나를 울리던 그 녀석처럼 걷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나침반을 통해서가 아닌, 정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위해, 나만의 방향을 알기위해 고민을 계속하는 '개발자'로서 남기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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